01 October, 2010

'국·영·수만 늘린’ 교원 임용시험


중등교사 임용시험을 한 달여 앞두고 있는 김아무개(30)씨는 최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올해에는 자신이 준비해온 공통과학 과목 교사는 전국에서 한 명도 뽑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3년간 시험을 준비해왔고 특히 최근 1년 동안은 집을 떠나 학원가 고시원에서 먹고자며 공부했는데 당장 짐을 싸야 할 판”이라며 허탈해했다.
최근 전국 시·도 교육청이 내년도 교사 임용공고를 발표하면서, 김씨처럼 오랜 기간 임용시험을 준비해온 수험생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전체 신규임용 규모가 대폭 줄었을 뿐 아니라, 지역에 따라서는 신규 채용을 한 명도 하지 않는 과목도 여럿 있기 때문이다.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임용시험을 준비해온 한 수험생은 “지금 임용고시 학원가는 거의 공황 상태”라고 말했다.

24일 교육과학기술부와 전국 시·도 교육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1학년도 중등교사 신규채용 공고인원(특수·보건·영양교사 등은 제외)은 지난해보다 492명이 줄어든 2041명으로 집계됐다. 시·도별로는 수도권의 신규채용 감소 폭이 커, 서울은 지난해 375명에서 214명으로 161명이, 경기도는 지난해 912명에서 348명으로 564명이 각각 줄었다.

과목별로는 교원 수급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국어·영어·수학의 신규채용 공고인원은 전체의 55.3%(1128명)로 지난해의 51.2%(1297명)보다 비중이 오히려 4.1%포인트 늘었다. 그러나 사회과목 신규채용 인원 비중은 지난해 16.1%(407명)에서 올해는 5.3%(108명)로 크게 줄었다.

공통사회와 공통과학 과목은 전국을 통틀어 신규채용 인원이 한 명도 없었다. 사회교과는 지리가 지난해 76명에서 올해 19명으로 75% 줄어드는 등 6과목 모두 감소 폭이 컸다. 도덕·윤리와 한문 과목 교사를 뽑는 곳은 16개 시·도 가운데 각각 4곳에 그쳤다.

이에 대해 교사들은 내년부터 적용되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영향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진영효 전국교과모임연합 의장은 “교과목 편중과 이에 따른 교원수급 등의 문제는 교과별 수업시수 자율 증감과 집중이수제를 뼈대로 하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충분히 예견됐던 것”이라며 “입시 중심의 교육 풍토에서 수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과목이 도태되는 현상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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